더위의 끝자락까지 시원하게 적셔주는 가을비가 내렸던 지난 2일 충무아트홀 대강당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거장 쇼팽의 섬세한 멜로디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지난달 쇼팽의 발라드를 담은 음반을 발매한데 이어 이번에는 ‘쇼팽의 초상’이라는 타이틀로 피아노 독주회를 연 것.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재킷도 걸치지 않은 채 셔츠 차림으로 무대 위에 등장한 그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함을 즐기는 박종훈이 내면적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쇼팽을 연주하는 의미심장한 자리였던 만큼 이날 공연에는 많은 팬들이 찾아 박수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박종훈은 우아하면서도 풍부한 내면적 감성을 자랑하는 쇼팽의 ‘4개의 발라드’와 화려하면서도 때로는 서정적인 ‘3개의 화려한 왈츠작품 34’, 그리고 조용하고 맑은 서정시곡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E플랫장조 작품 22’등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4개의 발라드’는 대부분 그 당시 쇼팽이 감명 깊었던 시에서 모티브를 따 작곡한 곡으로 박종훈의 자유분방한 손가락 끝을 따라 소설의 기승전결을 써내려가 듯 건반 위를 타고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3개의 화려한 왈츠작품 34’ 중 3번째로 연주된 일명 ‘고양이 왈츠’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멜로디는 연주를 듣고 있는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