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축제에 종합 우승까지
오늘처럼 기쁜날 또 있을까
10월의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즐거워하는 표정들이 떠오른다.
그날이 바로 내 인생 최고의 즐거운 날이 아니었을까?
예전의 한옥마을축제는 내게 있어 그저 주위 사람들과 웅성웅성 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나 하는, 그런 의미 없고 시간낭비인 날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는 입장식까지 있다니, 다른 것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그 좁은 곳에서 어떻게 입장식을 할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체계적이고 각 동의 개성을 잘 살린 멋진 입장식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갖가지 형상들이며 사물놀이 등 이제는 제법 파티 문화가 발전해서 구경거리가 많았던 것이다.
입장식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으로 각 종목의 경기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흥분의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우리도 뒤질세라 씨름시합이 한참인 곳으로 응원을 갔다. 여자 씨름이 있는지 몰랐는데 남자 선수들의 시합 이상으로 신명나는 경기였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 응원단은 북을 치며 목이 터져라 중림동을 외치고 또 외쳤다.
우리의 응원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기쁨의 1승.
우리 팀의 경기는 끝났지만 1승의 기쁨을 계속 이어 다른 팀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무조건 북을 쳐가며'이겨라'를 외쳤다. 그러다 옆에서 누군가가 "근데 대체 누굴 응원하는 거야?"라고 질문을 했고, 그 질문을 받아 그 옆에 있던 사람 하나가 "글쎄 아무나 이겨야지"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또 "그럼 우리는 무조건 이기는 팀 응원하는 것이냐"며 응수했고, 그 옆에 있던 사람이 "그럼 이기는 팀은 우리 응원해주는 건가?"라고 대답해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잠시 뒤, 우리 중림동이 준결승을 거쳐 결승까지 올라갔다. 북이 깨지는지 내 손이 깨지는지 모를 정도로 북을 치며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 결과 장충과 중림의 결승전에서 우리 중림이 이겼다. 평소에는 동네마다 있는 체격 좋은 여성분들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체격 좋은 여성들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다른 동네는 열심히 응원을 해도 실속이 없어 결국 목만 아프고 말았지만 우리 중림동은 씨름에서 우승을 해 열심히 응원한 보람이 있었다.
우리는 다시 줄다리기 경기 응원을 시작했다. 선수들이 팔뚝 같은 땀을 흘리며 경기에 임할 때, 우리는 열심히 응원했다. 특히 우리 동네 안무현 동장님은 어찌나 혼신을 다해 선수들을 응원하는지 정말 대단했다. 동장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또 다시 승리했고, 드디어 결승이었다.
줄을 잡고 당기는 힘보다 더 큰 힘으로 당겨지는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씨름에 이어 줄다리기까지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원래 우리 사물놀이는 입장식만 끝나고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마지막까지 함께 한 보람으로 중림동이 종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정말 오늘처럼 기쁜 날이 또 있을까. 날씨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그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데도 사고 없이 질서정연하게 행사가 진행되고, 이 모든 것이 정동일 구청장의 축복이 아닐까 한다. 또, 평소 동네에서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던 사람들도 이번 축제를 기회로 모두 풀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화합도 이룰 수 있는 기쁘고 보람된 날이었다.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온다면 그날도 이번 축제처럼 즐겁게 참여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