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6동 현대아파트 경비인 박홍필(좌)씨가 주민들과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는 모습.
'모범경비' 주민등 신임 두터워
직업만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중구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노인취업지원센터(이정애 센터장)를 통해 제2의 삶을 살고있는 박홍필(64. 신당2동 거주)씨의 일터를 찾아 일자리가 노인들에게 얼만큼의 생동감을 주고 있는지 알아봤다.
신당6동 현대아파트 경비인 박홍필(64. 신당2동 거주)씨는 요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98년 공무원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부인과 여행을 하며 여가생활을 즐겼지만 마음 한켠에는 일을 하고싶은 마음뿐이었다.
젊은 사람 못지 않게 건강한 체력과 열정, 공부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순이 훌쩍 넘은 그를 받아줄 곳은 없었다.
이런 박씨의 생활에 활력소를 찾아준 것은 (사)대한노인회중구지회 취업지원센터 이정애 센터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박씨는 "퇴직 전 3∼4천만원의 연봉에 비해 턱없이 적은 82만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것은 단지 생활비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경비생활을 하면서 배운 인생은 나를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지난 4월 신당6동 현대아파트 경비로 취직한 그는 3개월이 지난 지금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모범 경비'로 불릴 만큼 주변인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
아침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24시간을 꼬박 일하기때문에 수면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지 않지만 언제나 주민들을 위해 24시간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그는 "경비 경력이 많은 분들은 노하우가 생겨서 틈틈이 숙면을 취하지만 초보인 내게는 아직 적응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영양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충분한 숙면이 최고"라면서 "격일제 근무를 하면서 변한 수면시간을 자기에 맞게 컨트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직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주민들이 경비라는 직업만 가지고 서운하게 행동을 할때는 연장자로써 한마디씩 해주고 싶을 때도 많다"면서 "직업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은 고쳐져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편안한 노후생활을 반납하고 일을 선택한 것에 가족들의 불만은 없었냐는 질문에 허탈한 웃음만 짓던 그는 "가족들은 내가 새벽마다 나가서 공부하는 줄 알고 있다"며 과거의 직장과 가족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꺼렸다.
또한, 현대아파트 직원 정년퇴직이 65세로 정해져 있어 약 1년 뒤에 또 다시 직장을 떠나야 함을 걱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도중 "근무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며 재빨리 일어난 그는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순찰하며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천사 역할,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역할을,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등 1인 3역을 하고 있었다. 나이를 뛰어넘어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일깨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