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최초 정신적 장애인 일자리 '눈길'

중구, 청년 지적·정신 장애인 12명 선발… 마을마당서 등서 공원관리

/입력 2013-07-17

 

손희주(가명, 23세)씨는 지적장애가 있다는 자괴감에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 뒀다. 사람들보다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기가 죽어 집에만 있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구청의 주선으로 집 부근의 공원에서 공공근로를 하게 됐다.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하지만 7시 30분이면 일할 채비를 다 마친다. 공원에서 일하는 다른 공공근로자들과도 대화를 나눌 정도로 성격이 밝아졌다.

 

중구가 서울시 최초로 7월부터 청년 정신적(지적, 정신)장애인들에게 공공근로 일자리를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유기적 협력 관계를 통해 취업이 힘든 청년 정신적 장애인들에게 공공일자리를 제공, 직업훈련 기회를 갖도록 마련한 공공근로 특화사업으로 자치구중 유일하게 중구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현재 중구의 등록 장애인은 모두 6천226명으로 이중 정신적 장애인은 304명이다. 공공근로 활동을 하는 지적장애인은 이들 중 만 18세부터 39세 이하의 남자 9명, 여자 3명 등 12명이다. 장애가 가장 심한 1급이 3명이고 2급 4명, 3급 5명이다.

 

지난 6월 중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의 협조를 받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됐으며, 1주 동안 직무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

 

주로 집과 가까운 서소문공원과 무학봉공원, 묵정공원, 손기정공원, 청구역 마을마당 등 배치돼 일을 하고 있다. 꽃 등을 심거나 잡초와 쓰레기 수거, 공원 잔디밭에 물주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공원내 식재 등 원예작업은 단순하면서도 성취도가 높아 정신적 장애인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들은 1일 4시간씩 파트타임으로 주 5일 근무한다. 하루 2만원의 임금과 간식비 3천원을 지급한다. 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된다. 3단계 공공근로 기간은 9월로 종료되지만 다음 단계의 공공근로 신청도 가능해 최장 9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들은 물론 이들의 부모까지도 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다.

 

손씨의 모친인 양모씨는 "희주가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에 사람들 만나는 것을 기피했다. 그래서 학교도 중간에 그만 뒀다. 하지만 공공근로를 하면서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군의 모친도 "취업을 못하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공근로를 통해 그런 경험도 얻을 수 있어 이후에 어떤 일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