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친일 반민족행위자 청산 이유

김 삼 웅 성균관대학교수, 전대한매일 주필

지난해 11월 20일 국회 과거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위원회(위원장 강인섭)는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한 진술인이 친일파를 비호하고 일제의 한국침략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이완용을 애국자라고 옹호하고 한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은 불행이며 백범 김구선생을 엉뚱하게 매도했다. <친일파를 위한 변명>의 저자인 그 진술인은 그동안 친일파를 옹호하고 변명하는 글을 써서 일본에서 번역돼 크게 히트한 장본인이다.

 

 해방후 친일파에 대한 청산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까닭에 최근에는 국립서울대학의 교수 중에는 '식민지근대화론' 등을 제기하여 일제의 식민통치가 한국근대화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왜곡하고 일부 문인ㆍ작가들이 노골적으로 친일파를 변호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국회 공청회 석상에서까지 일제의 잔학한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친일파를 애국자로 둔갑시키려는 작태가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다음은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한 필자의 진술요지이다.

 

 제2차대전이 끝나고 피식민지 국가중에서 반역자를 처벌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남베트남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내전을 치러야 했다. 양국은 친일파 또는 친일세력이 집권하면서 분단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들은 반공을 내세워 민족반역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반역자들을 권력유지의 하수인으로 활용했다. 과거 민족과 동포 앞에 씻지 못할 죄를 지은 자들이 독재자에게는 가장 충성스러운 마름이 되었다. 그들은 많은 공부를 하여 행정능력과 국민을 기만하는 음모에 출중한 재주를 가졌다.

 

 때문에 독재자들에게는 다시없는 존재가 되고 독재 권력을 방패삼아 자신들은 부귀권세를 누렸다. 이를 세습하기도 한다. 당연히 민족은 갈라지고 동족상쟁이 벌어졌다. 정통성이 없는 권력의 폭압으로 정변과 쿠데타가 거듭되고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다.

 

 우리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빚어진 국가적인 불행이고 비극이다.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난 이제야 친일파 청산을 위한 기초 작업이 추진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제라도 친일민족 반역자들을 청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첫째,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해서이다. 독립국가로서 민족적 자존과 명예를 위해서는 국가위난기에 민족을 배반한 반역자들을 가려내어 죄상을 적시하고 역사에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국민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이다.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한 이래 우리 사회는 정의와 불의ㆍ진실과 허위, 선과 악이 뒤범벅이 되고 가치 전도돼 왔다. 최근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친일민족반역자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움으로써 국가적인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식민지배가 남긴 제도적ㆍ법률적ㆍ문화적 유산과 유제와 유습을 청산하는 친일민족반역자들의 죄상을 밝히는 인적청산이 이루어져야 부수적인 문제들도 청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넷째, 해방이후 친일 민족반역자들의 행위가 우리 근대국가 건설에 얼마나 역행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들은 통일민족국가 수립을 방해하고 군사독재 정권을 지지하면서 민주화운동 세력을 용공좌경으로 몰았다. 이들은 민족의 영구분단을 기도하면서 냉전논리와 대북 적대감정을 부채질해왔다. 이같은 행태는 현재진행형이기도하다. 다섯째, 진정한 의미의 민족적 화해와 국민 통합은 친일 반민족 행위의 청산이 전제돼야 가능하고, 특히 남북통일의 과정에서 남한이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친일파에 대한 단죄가 역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잘못된 과거를 정당화하려는 사회 일각의 반역사적 도전으로부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범죄를 역사 앞에 폭로하고, 전시함으로써 과거 회귀세력의 도전을 막을 수 있다. 일곱째, 건전한 국민교육을 위해서이다. 지금도 친일파들의 글이 교과서에 실리고 20여 명이 넘는 친일 인사들의 각종 상이 시상되고 있는 상태에서 학생들은 민족수난기에 항일독립운동가들의 행적보다 친일파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지극히 부끄럽고 우려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해방 60주년을 2년 앞두고 그리고 1949년 6월 6일 이승만 정권에 의해 반민특위가 강제로 해체된지 54년 만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심의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중에는 이 법률의 제정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국회법사위에서 통과될 것인지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한국현대사에서 '만악의 근원'인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규명하는데 반대하는 의원은 이번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악의 유산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수 없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뜻있는 국민들은 이 법률안의 심의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행위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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