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쓴다는 건 내 고통의 일부를 독자에게 나누는 거예요. 내 고통을 글로 옮기면서 내가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죠."
'문학계의 대모' 故박완서 타계 1주기를 맞아 그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가 출간됐다. 박완서가 지난해 1월22일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만으로, 생전 마지막으로 묶어낸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 2007) 이후 작고하기 전가지 발표한 소설 3편(선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과 함께 문학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신경숙·김애란이 각각 추천한 작품(카메라와 워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닮은 방들)까지 총 여섯 편을 담았다.
책은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온 작가의 아픔과 경험을 이겨낸 팔십 년 세월을 '긴 하루' 속에 기록했다.
첫 수록작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그의 자전적 소설로 마지막 작품이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 딸의 교육을 위해 조건 없는 희생을 감내했던 어머니,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애썼던 할아버지, 먼저 떠나보낸 남편과 아들에 대한 고백을 담담하게 실었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지적인 시어머니와 신세대 며느리 사이에 끼인 갱년기를 겪는 주부의 이야기다. '문학의 문학' 2008년 가을호에 실린 작품으로 가족애와 물신주의를 풍자한다.
담낭 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날까지도 젊은 후배작가들의 단편을 손에 놓지 않았던 그.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던 박완서는, 죽고서도 현역작가로 남아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박완서 저 / 문학동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