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던 오후, 그러나 곧 비명마저 들리지 않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의 여러 해안 도시, 시속 115m의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그 곳은 대재앙의 지역이 되고 말았다. 관측사상 4번째로 큰 규모(규모 9.0)의 지진이 일본 동북부 해저에서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최고높이 38.9m의 거대한 해일이 불과 몇 십분 만에 일본 동북부 해안 지역을 완벽하게 덮어버리고, 그곳은 더 이상 비명소리마저 들리지 않은 생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원전파괴, 방사능 물질 유출과 같은 대지진이 남긴 피해 소식으로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져있던 3월 14일, 카메라를 어깨에 맨 한 한국인 사진작가가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는 일본 동북부 참사 이후 최초로 출간되는 본격 재난 다큐멘터리 서적이다. 이 책에는 3월 14일부터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일본 동북부 전 지역을 취재한 작가의 노력은 물론이고 언론에서 세세하게 잡아내지 못한 참사의 현장들이 그대로 글과 사진으로 표현돼 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다 보면 정말 사람이 살았던 곳일까 싶을 정도로 잔혹한 풍경이 펼쳐
진다. 인적은커녕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으스스한 해안 도시, 폐허더미만 보이는 마을, 뼈대만 남은 병원 건물, 대형 어망을 뒤집어쓴 기차역사, 두 건물 사이에 끼여 있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 호수가 돼버린 운동장, 끊어진 도로, 엿가락처럼 휜 철로, 이런 곳에서 다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는 그런 좌절과 절망만 전하지 않는다.
자기가 살던 집을 찾기 위해 폐허더미 사이로 난 길을 헤매는 사람들, 평생 운영하던 과자점 건물 바닥을 뒤져서 쓰나미가 오기 전에 만들어둔 과자를 발견하고는 기뻐하던 할아버지, 친구가 살던 집터를 뒤져서 추억이 간직된 물건을 찾던 이십대 여성들, 쓸만한 집기들을 챙기다가 속상한 마음에 "촬영할 거면 돈을 내라"고 화를 내던 아저씨 등의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비록 지금은 좌절해 있지만 이제 곧 다시 일어날 거라는 강인한 의지와 희망을 느끼게 된다.
일본 동북부 전 지역을 다니며 사진으로 담고 글로 기록한 사람은 바로 사진가 류승일씨다. 그는 그동안 국내의 외신사를 비롯해 국내 인터넷 뉴스 매체와 시사 주간지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 현장을 취재해왔다.
사건·사고 현장을 촬영하다 보면 위험이 뒤따르지만, 항상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유에 대해 "그 현장에는 척박한 사건·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있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이 보인다. 사진은 그 모든 것을 담아 전달하는 도구이자 생명이다"라고 말한다.
'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가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냄비근성'과 '안전불감증'이 뼛속 깊이 박힌 지금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고 글을 읽는 내내 '만약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생긴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개봉된 '해운대'의 장면들도 새삼 현실처럼 다가온다. 뒤이어,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라는 또 다른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지금은 뼛속 깊이 박힌 '냄비근성'과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재해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류승일 지음/전나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