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언제나 세계에 대한 의문을 놓지 않았던 최인호의 신작소설이 5년만에 출간됐다.
저자는 이번 소설을 통해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리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의 문학은,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변신하고 자리를 바꾸는 작중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
작가의 손끝에서 펼쳐진 수많은 과거의 인물과 사건은 이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 나오는 '뫼비우스의 띠'가 현현한 길을 따라 끊임없이 등장하거나, 완전히 종적을 감추어 버리고 만다. 소설 속에는 지나치게 익숙한 일상이 뒤틀려버린 현실에 자신의 실체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K의 여정이 그려진다.
작가는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실재(實在)에 배신을 당한 K가 또 다른 실재를 찾아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현대인이 맺은 수많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백제와 가야, 조선을 넘나들던 작가의 상상력은 다시 현대로 돌아와, 뒤틀리고 붕괴된 일상 속에 내몰린 주인공 K의 '영원한 사흘'이 상징하는 질서와 무질서가 뒤섞인 혼돈의 시공간을 창조해냈다.
작가는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실재(實在)에 배신을 당한 K가 또 다른 실재를 찾아 방황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현대인이 맺은 수많은 '관계의 고리'의 부조리함을 묘파한다.
<최인호 지음/여백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