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특수임무수행자회 설동춘·윤경철 씨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어요"

 

자전거 무료이용 수리센터에서 작업 중인 설동춘(좌), 윤경철(우) 씨.

 

2008년부터 청소년 선도활동 시작

초·중·고에 자전거 800여대 기증

 

중동 정세 악화 등으로 석유값이 폭등하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자전거 가격도 만만치 않아 장만이 쉽지 않다. 요즘 같은 때에 중고 자전거를 수리해 학교나 단체, 개인 등에 기증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수임무수행자회 중구지회를 맡고 있는 설동춘 회장과 윤경철 사무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설 회장은 금호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신당동에서 살고 있는 중구 토박이이고, 윤 국장도 서울역 뒤편 만리동에 살고 있는 중구 토박이이다.

 

중구 토박이인 이들은 중구 지역에 사는 동료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2008년 말부터 청소년 선도 봉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주민들에게 '보수꼴통 가스통 아저씨들'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던 중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자전거를 생각하게 됐다. 고유가 시대에 맞춰 중고 자전거를 수리해 무료로 보급하면 왠지 가슴뿌듯해 질 것 같았다. 당장 중고 자전거나 부품을 살 수 있는 돈은 없었지만 몸으로 부딪치면 길이 열릴 것도 같았다.

 

이들은 중구 관내 공사장을 찾아가 고물을 수집해 팔았다. 처음에는 이들의 인상 때문에 인근 깡패인 줄 알고 공사인부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심을 이해한 후부터는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1주일 내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고물을 실어 날랐고, 고물 판 돈으로 자전거 부속과 장비를 구입했다.

 

서울 변두리 고물상에서는 헌 자전거를 하나 둘씩 구입했다. 그리고 주택가, 도로변 등에 무단 방치된 폐자전거나 고장난 자전거를 절차에 따라 수거하기도 했다.

 

구입하거나 수거한 헌 자전거들은 을지로4가 중부시장 인근 콘테이너박스 한켠에서 수리했다.

 

그렇게 작업한 친환경 자전거 150대를 지난 2009년 7월 24일 중구청을 통해 저소득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기증식이 열린 날 눈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이들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다.

 

거기서 힘을 얻은 두 사람은 또 열심히 일 해 다음 해인 2010년 7월 30일, 중구 각 직능단체에 친환경 자전거 180대를 무료 기증했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자 이들은 각 학교로도 범위를 늘려 2010년 11월 장충고등학교 등 관내 6개 중고등학교에 친환경 자전거 총 43대를 무료로 기증했다.

 

이 자전거는 각 학교 저소득자녀 학생들에게 제공돼 통학을 위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장충고등학교와 한양공고에서는 이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렇게 주변에서 이들에게 힘을 주자 지난 2010년 10월 8일 꿈에 그리던 일이 벌어졌다. 사무실이 있는 중구 을지로4가 169-5 에 '자전거 무료이용 수리센터'문을 연 것.

 

이 센터에는 자전거 전문 수리기술을 갖춘 총 10명의 기술자들이 상주하면서 자전거 타이어 펑크, 경정비 등을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있다.

 

타이어, 휠, 튜브 등 부품은 원가로 교체해 준다. 특히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주민이나 단체에 자전거 무료 기증도 실천하고 있다.

 

또한 동 주민센터 및 관내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면서 일평균 30∼50대의 자전거를 무상수리 활동도 펼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친환경 자전거 보급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부터 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게돼 더 이상 고물상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이들이 기증한 자전거만 총 800여대에 달한다. 기증한 곳도 동주민센터(150대)와 직능단체(180대), 중고등학교(42대)를 포함해 어린이집(60대), 노인회(50대), 중부시장 상인연합회(30대) 등 다양하다. 금액으로 따져도 15만원씩 계산해 1억 2천만원을 훌쩍 넘는 양이다.

 

그동안의 고생이 결실을 맺고 있지만 최근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설 회장이 식도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 좋아하는 술도 끊고 병원에 가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건강이 많이 약해졌지만 설 회장의 마음은 센터로 향하고 있다.

 

"우리가 기증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힘이 나요. 그래서 병과 싸워 이겨 다시 일어나 센터에 나가 자전거를 수리해 이웃 주민들에게 기증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