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황학동 유중집·김상호씨

사람 냄새나는 황학동 만들기 '혼신'

천편일률적인 재개발과 뉴타운 조성 등으로 도시획일화가 진행되는 요즘, 재래시장이 가지는 생동감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조심스러운 변화의 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행보 속에 황학동을 지키는 듬직한 두 남자를 만났다.

 

"황학동이 가진 양면적인 부분이죠. 현대화가 되는 데에 무리가 있으니, 사람 냄새나는 좋은 모습을 지켜가면서 낙후되고 정돈 되지 못한 모습을 정리해 나가는 게 이상적인 황학동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이상 황학동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유중집(63) 새마을 지도자 황학동 회장과 김상호(60) 새마을 지도자 황학동 부회장을 만났다.

 

"김상호 부회장에게서는 봉사정신이 묻어나요. 김 부회장도 그렇지만 그의 아내(이상선 씨) 역시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부부가 늘 앞장서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황학동의 보배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 회장이 칭찬은 과언이 아니다. 김상호 부회장은 새마을 협의회를 비롯해 황학동 청소년지도육성회장으로 청소년들을 계도하는 활동과 매년 신학기 황학동 입학생 전원에게 학용품을 전달하며, 황학동 재향군인회장 등을 맡아 분주한 활동을 하고 있다.

 

"12년 전 자율방범순찰대에서 만난 유 회장 추천으로 새마을 협의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황학동을 위한 일을 하게 된 거죠"

 

김 부회장은 겸손하게 말한다. 황학동에 오래거주하면서 누구보다도 동 사정에 대해 잘 아는 둘은 자연스레 황학동 이야기를 풀어낸다.

 

유 회장에 따르면, 황학동 새마을 협의회가 동에서 하는 중점적인 사항은 방역 사업이다. 재래시장이 인접해 있는 동 특성상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방역 등으로 위생상의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더욱 중점적인 부분은 상인들과 황학동을 찾는 고객 및 주민들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시장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도(人道)까지 점거해 물건을 적재 하는 등 보행에 위험한 요소가 있어 상인들 스스로 자율적인 부분을 만들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고객들이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라 타협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죠"

 

올해 역시 5월부터 10월까지 매년 실시하는 방역 사업이 예정돼있고, 그 외에도 새마을 협의회에서 실시하는 꾸준한 대청소와 농촌일손돕기 행사 등 황학동의 가려운 곳이나 문제가 되는 곳이면 어디든 나서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황학동이 타 지역에 비해 현대화가 미진한 부분이 사실이지만, 인심도 훈훈하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게 사실입니다. 슬로씨티(Slow-City)나 휴먼타운(Human Town)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을 위한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살 맛 나는 황학동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 남자는 중구 15개 동 중, 황학동 주민센터에 유일하게 마련된 황학동 새마을 협의회 창고를 소개했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각오의 미소를 나누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