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역사와 전통 복원
섹션별 테마로 보는 영화세계 체험
개막작… '포 더 굿 오브 아더스'
올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내실있는 영화제로 재정비된 모습을 선보인다. 영화 외적인 행사나 이벤트 보다는 전 세계 국가에서 제작된 다양한 장르, 독특한 주제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설렘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영화 타임캡슐을 주창하는 이 영화제에서는 모든 시간대의 영화가 한 곳에서 만난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선구자 버스비 버클리 특별전을 비롯해 다채로운 연기로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최무룡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이와 더불어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작들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통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전년 대비 확대·강화된 신작구성은 전체 상영작의 80% 이상에 이르며 이들은 파노라마, 씨네포럼 크리에이터즈 등의 섹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올해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는 한 차원 높은 영화로서의 여행을 선사한다. 극장개봉을 기다리는 따끈따끈한 신작영화와 신선한 장르영화들은 파노라마에서 상업영화 시스템이 미처 흡수하지 못한 영화들 중 다시금 주목해볼만한 한국작품들은 '충무로 NOW'에서, 또한 전 세계 문화예술의 거장들을 보다 가까이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크리에이터즈에서, 아시아 영화를 사랑하는 주제로 모은 '시네 아시아인 러브'까지 각 섹션마다 포진된 각양각색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 개막·폐막작(Opening Film·Closing Film)
올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포 더 굿 오브 아더스'와 '핫 썸머 데이즈'를 각각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했다. 개막작은 스페인의 거장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제작에 참여했고 그의 아미국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인 '씨 인사이드'의 촬영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씨 인사이드로의 여행'을 연출해 주목받은바 있는 오스카 산토스의 장편데뷔작이다.
그리고 폐막작은 화려한 홍콩을 배경으로 7조각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핫 썸머 데이즈'다. 첫 장편 '콤비네이션 플래터'로 1993년 선댄스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칸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은 후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중인 토니찬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의 스틸사진작가이자 비주얼리스트인 윙 샤가 연출을 맡아 관객들을 사랑의 마법에 빠져들게 한다.
◆ 파노라마(Panorama)
올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파노라마는 스페인, 프랑스, 터키와 이스라엘 등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르영화들이 총망라 돼 있다. 특히 다른 해와 달리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특별히 선정해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을 별도로 구성했다.
파노라마는 이렇게 전세계 각국의 영화적 흐름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마련한 장이다.
파노라마는 △성격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를 망쳐버리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상황을 다룬 작품 나쁜 가족(Bad Family) △두 명의 뒤마(Dumas) △배드 캅(The Bad Lieutenant) △아미 오브 크라임(The Army of Crime) △원조교제(Student Services) △검은 숲(Black Forest) △다 괜찮을 거야 (Everything Will Be Fine) △그녀들의 축제(Every Day Is a Holiday) △마티유와 엘사의 희망찾기(Eight Times Up) △명예살인(Deadly Honour) △버스 따라잡기(Oldboys) △생사의 사각지대, 티후아나(Northless) △서브마리노(Submarino) △성가신 이웃(The Man Next Door) △셀 211(Cell 211)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Nobody to Watch Over Me) △아버지의 비밀(Family Tree) △아이티의 소년들(Strange Things) △알리와 미트하트 (10 to 11) △어떤 가족(A Family) △이스턴 플레이즈(Eastern Plays) △인디언식 순애보 (Barking Water) △제너럴 닐(General Nil) △질투(Envy) △테헤룬(Tehroun) △한 여자와 그 형제의 속사정(Lovers of Hate) △혼돈의 봄(Love Like Poison) △회색 악마(The Lesser Evils) △힙스터즈(Hipsters )등이다.
◆ 충무로 NOW(Chungmuro NOW)
충무로 NOW는 현재의 주류 상업영화 시스템이 흡수하지 못했던 영화들을 주목해 충무로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고자 마련한 섹션이다. 올해 이 섹션에 선정된 영화들은 과거 같으면 상업영화시스템 아래 제작됐을 법한 영화에서부터 디지털 시대의 분방함을 무기로 자기색깔을 드러내는 데뷔작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굳이 말하자면 다양성의 에너지가 드러나도록 넓게 안배하려는 것이 올해 충무로 NOW 섹션 프로그래밍의 원칙이다. 산업시스템의 강요된 꼴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흔히 창의적이라고 부르는 창작의 에너지들이 개별 작가들의 욕망을 통해 얼마나 다양하고도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올해의 이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상업적 성공과 실패를 떠나 흥미로운 창작적 시도의 가닥들을 접할 수 있다.
◆ 씨네포럼(Cine Forum)
영화라는 예술장르가 단순히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정도이거나 혹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역할만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씨네 포럼에서는 영화 본래의 성격 중 한 부분인 사유하는 예술로서의 측면을 조명하고자 한 섹션이다.
◆ 씨네 아시아 인 러브(CIne Asia in Love)
지난해 아시아 액션영화라는 주제에 이어 올해에는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테마로 아시아 영화들을 묶어 씨네 아시아인 러브 섹션을 마련했다. 사랑에 빠진 남녀, 서로를 아끼는 친구, 가족에게서 빚어지는 애정의 색깔 등 다양한 관계들 속에 사랑의 감정은 여러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꿈과 현실의 사랑을 애틋하게 다룬 '어느 날', 못다한 부자간의 사랑을 다룬 '중경 블루스', 종교와 인종을 뛰어넘는 인간의 위대한 사랑을 말하는 '내 이름은 칸', 그리고 잘못된 사랑이야기 '원뢰' 등은 비슷하지만 다른 아시아의 감성들을 잘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또 '열혈남아'와 '천장지구'가 주는 진하고 순수한 사랑은 관객들에게 추억을 다시 아로새기게 할 것이다.
◆ 크리에이터즈(The Creators)
올해 크리에이터즈 섹션은 디자이너 발렌티노, 명장 안제이 바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을 완성한 건축가 헤어조크와 드 뫼롱 등의 거성들을 서울 충무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말해준 이 창조적인 인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한자리에 모았다.
◆ 충무로 단편선(Chungmuro Short)
충무로 단편선은 올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단편 섹션으로 14편의 국내 작품을 비롯해 25편의 해외영화까지 총 14개국 39편의 작품들로 마련됐다.
14편의 국내작품은 인권문제나 가족관계 '인도에서 온 말리'와 '도마위에 오른 어머니'와 같은,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해있지만 수면 아래 침잠돼 있는 문제점들을 담담하면서도 유려한 영상으로 그려낸다. 이외 25편의 해외단편은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한 인형애니메이션 '천문학자의 아들'과 '토드와 토드', 코믹한 반전을 펼치는 '편히 쉬세요', 그리고 '링'과 '쏘우' 시리즈에 오마주를 보내는 공포물 '비전'처럼 단편만이 지닌 속도감 및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밖에 작품들 역시 인종, 국가, 언어의 다름을 떠나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문제들―사랑, 갈등, 슬픔 등의 희로애락―에 관해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충무로 단편선은 짧지만 재기발랄하며 찰나의 순간이 지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 최무룡 회고전(Choi Moo-Ryong Retrospective)
회고전의 영역을 감독 중심에서 배우로까지 그 저변을 넓혀 온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올해 최무룡을 선택했다. 최무룡은 해방이후 한국영화 도약시기인 1960-70년대에 뛰어난 연기로 우리 영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그는 액션부터 멜로와 사극 등 매우 다채로운 연기로 시대를 풍미했던 우리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다.
◆ 버스비 버클리 특별전(Parade of Busby Berkeley)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를 통해 연출에 대한 감각을 익힌 버스비 버클리는 새로운 유성영화 시대의 장을 열었다. 뮤지컬 영화의 선구자이자 오늘날까지도 영화적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버스비 버클리의 대표작들을 이번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암울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현실에 대한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뮤지컬 영화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버스비 버클리는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기존의 뮤지컬 영화들과는 달리 버스비 버클리의 영화는 단 한대의 카메라로 촬영이 이뤄지며, 대규모 스테이지 댄서들과 함께 카메라의 움직임 자체도 군무의 일환이 돼 관객들이 마치 뮤지컬 극장의 맨 앞자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는 그의 대표적인 연출기법인 탑 쇼트의 힘으로 이 경우, 마치 만화경을 보는 듯한 환상을 주기 때문이다.
◆ 씨네 클래식(Cine Classic)
영화를 사랑하는 씨네필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추억을 되살리고자 마련한 씨네 클래식은 올해 '에이리언' 시리즈를 준비했다. 5편의 시리즈가 제작되고 스핀오프 영화들까지 탄생시킨 것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물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그리하여 리들리 스콧부터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핀처 그리고 장 피에르 주네에 이르기까지 총 4편의 '에이리언' 시리즈를 비롯해 새롭게 복원된 르네 클레망의 '철로변 전투',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분홍신'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최무룡 주연 밤하늘의 블루스 포스터(좌). 버스비 버클리가 주연한 영화의 한 장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