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주년을 앞두고 강제병합조약이 이뤄진 통감관저 터에 표석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서울시의회 김기옥 의원(민주당)은 "서울시가 우리의 근현대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서울시내의 유물·유적관리에 소홀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역사연구단체가 5년 전부터 서울시에 건의해 온 남산의 옛 안기부(현 교통방송)터 앞 '경술국치현장 표석설치' 건의를 강제병합 100주년(8.29)을 며칠 앞둔 이제야 관계부서에서 검토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황당한 것은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 '경술국치의 현장'이라는 표석 대신 '녹천정(鹿川亭)'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정자이름으로 표석을 설치하겠다는 서울시 문화재과 '표석설치자문위원회'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200여 명의 일본시민들이 참여할 예정인 '한일시민대회' 행사의 '표석 제막식'을 추진했던 김기옥 의원은 "무려 5년 전부터 요구한 표석설치를 제때에 설치하지도 못하고, 역사성도 없는 '정자터'를 표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세계디자인 수도'를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역사의 중요한 역사유물과 유적은 서울시 산하의 교통방송과 유스호스텔 인근의 길가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고 주장됐다.
부끄러운 역사도 엄연한 우리의 역사인데 이러한 역사적 유물이 노숙인의 잠자리와 벤치로 이용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보존이 필요한 유물(일제 침략의 선봉장이었던 주한 공사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 잔석)이 훼손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도 서울시에서는 아직껏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김기옥 의원은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세계디자인 수도'를 만들기보다는 서울시가 이미 가지고 있는 우리 근현대 역사의 현장과 유물들을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간판개선'을 위한 사업예산으로 올 한 해에만 61억 5천300만원을 지출하면서, 1개 업소당 15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문화유산 표석설치예산'은 고작 10개소 2천만원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게다가 디자인을 강조하면서도 개당 설치비용이 200만 원이나 되는 표석의 디자인은 구태의연하다"며 "디자인 개념을 유물·유적의 표석 등에 적용한다면 600년 역사의 서울은 그야말로 역사와 문화자원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소재 문화재는 1천293개로 전국문화재의 약12.2%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종로구가 329, 용산구 251, 중구 150개, 관악구 110개 순으로 나타났다.
시정개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정동지역, 남대문, 북창동, 명동지역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