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역 앞에서 붕어빵을 먹다 말고, 저 멀리 ‘웨딩박람회’라는 현수막을 본 순간, 약속된 운명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난 단지 주말에 강릉 바다 보러 온 거였고, 예비신랑은 휴게소에서 졸고 있었지만… 눈앞의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건 운명이야!’ 외치며 끌고 들어간 곳, 그게 바로 이번 강릉 웨딩박람회였다.
들어가자마자 반겨주는 건 커피보다 더 진한 신부들의 눈빛! 다들 나보다 두 발짝 앞서 있는 듯한 정보력과 체크리스트를 들고 있었고, 나는 그 사이를 누비며 ‘일단 시식부터 하자’는 마인드로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실속 있는 구성에 두 눈이 번쩍! 강릉답게 소규모 웨딩에 특화된 부스가 많았고, 특히 바다 뷰 웨딩홀 설명 듣다가 나도 모르게 예비신랑 팔을 꼭 잡았다. “오빠 여기서 결혼하면 사진 대박일 듯?” 순간 그의 표정은 복잡했지만, 그게 또 나름 재미였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강릉 지역업체들이 꽤 감각적이었다는 점. 드레스 라인업도 촌스럽지 않고 트렌디했고, 스냅 촬영 작가들 역시 서울 못지않게 포트폴리오가 알찼다. ‘이런 데가 있었어?’ 싶을 정도로 다양한 혜택과 할인 정보도 많아서 웨딩박람회가 아니라 거의 결혼 준비 대방출 마켓 같았다. 게다가 상담하면 선물, 예약하면 추첨, 발도장만 찍어도 뭔가를 주는 시스템 덕에 손에는 어느새 쇼핑백이 한가득.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강릉 웨딩박람회는 단순한 정보 수집의 장이 아니라 "결혼 준비는 둘이서 웃으면서 해도 된다"는 걸 체험하는 공간이었다. 여행하듯 즐기면서도 확실히 얻어가는 기분. 다음엔 기차 타고 바다 보러 간다더니, 웨딩홀 계약하러 갈지도 모르겠다. 예비 신랑은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