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예복 입고 각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커플은 후드티 입고, 운동화 신고, 떡볶이 먹으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하게 부산웨딩박람회를 다녀왔습니다. 진심은 격식보다 강하다는 걸, 이번 박람회에서 증명했죠.
부산역 근처의 행사장은 생각보다 북적북적했습니다. “평일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했더니, 저희처럼 주중에 연차 내고 온 커플들이 꽤 많더군요. 입구에서 QR코드 찍고, 웰컴 기프트를 받자마자 살짝 설렜습니다. 치약, 에코백, 커피 쿠폰... 작지만 소소한 기쁨이 결혼 준비의 피로를 덜어줬달까요?
무작정 부스를 돌기보다, 우리는 관심 있는 항목 3가지를 정했습니다. 예물, 스드메, 신혼여행. 예물 부스에서는 반짝이는 다이아보다 직원님의 입담이 더 인상적이었고, 스드메 코너에서는 셀프 웨딩 촬영 팁까지 알차게 챙겼습니다. “포즈는 마음이 아니라 목에서 나와야 한다”는 조언이 특히 인상 깊었죠.
가장 좋았던 건 신혼여행 상담이었습니다. 몰디브가 비싸다면 푸꾸옥도 있다며, 담당자님이 표까지 비교해주셨거든요. 바다 사진을 보며 잠시 현실 도피한 건 덤.
후기라기엔 웃긴 기억이 많지만, 결론적으로 부산웨딩박람회는 “준비는 재미있게, 선택은 현명하게”라는 슬로건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혼수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이 과정을 함께 웃으며 버티는 ‘우리’니까요.
다음에는 정장 입고 가볼까 했지만, 또 후드티 입고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부산이라 그런지, 바다처럼 넓은 혜택과 쿨한 분위기 덕에 웨딩 준비가 한결 가볍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