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판정 50대 부부 '눈물의 결혼식'

작은등불 봉사회서 주선… "이제 소원 풀었어요" 눈시울

 

◇지난 29일, 암 판정을 받은 50대 부부가 결혼생활 30여년 만에 작은등불모임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봤을 성대한 결혼식. 하지만 가난 때문에 결혼식은 꿈도 꾸지 않았던 50대 부부에게 어느날 결혼식을 해준다는 행복한 소식이 전달됐다.

 

 지난달 29일, 암 판정을 받은 50대 부부가 결혼생활 30여년 만에 작은등불모임(대표 위성찬)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 주인공들에게 행운처럼 찾아온 결혼식은 주민들에게 기쁜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시리도록 슬픔을 안고 있다.

 

 광희동에 거주중인 김옥남(남편. 57) 김미화(부인. 53) 부부는 현재 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다. 남편은 지난 2003년에 간암 말기를, 부인은 그 다음해인 2004년에 자궁암 판정을 받았다.

 

 30여년 전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부부의 인연을 맺은 이들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았지만 부부가 모두 암 판정을 받는 불행이 찾아왔다.

 

 남편 김씨는 "한명만 아프다면 옆에서 돌봐주기라도 하겠지만 서로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부인이 그토록 입고 싶어 했던 웨딩드레스를 입혀주지 못해다는 사실이었다.

 

 한편, 주변인들을 통해 이들 부부의 소식을 전해들은 광희동 작은등불모임은 위성찬씨의 출판기념일에 맞춰 결혼식을 열어주기로 한 것.

 

 결혼식 전, 부인은 건강한 모습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었던 아쉬움과 그동안의 세월의 고달픔, 남편의 고통을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 남편은 자신이 직접 결혼식을 올려주지 못하고 뒤늦게 도움을 받아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아픔과 고통을 뒤로한 채 손을 맞잡고 동시 입장하는 부부의 모습은 빛이 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날 민주평화통일 자문으로 있는 조신사씨의 주례를 통해 사랑의 언약을 맺었으며, 서울지방경찰청 경찰악대장 최동규씨가 섹스폰으로 결혼 축하연주도 해 주었다.

 

 부인 김씨는 "도움을 주신 위성찬씨를 비롯한 봉사회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면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을 들어서니 막상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결혼식은 광희동 소속 작은등불모임의 위성찬 대표의 출판기념식에 맞춰 진행된 것으로 위씨가 이들 부부의 결혼식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