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 구전설화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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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자치신문 제35호 7면 (2003년2월24일자)

부엉바위 전설 ⓑ

― 암지네와 사랑을 나눈 한은석 ―

 

 <30호에 이어>

 "네? 노인장은 도대체 누구이시기에 남의 앞일까지 아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나에 대해서는 묻지마오. 실은 그 계집은 사람이 아니라 수 천년 묵은 지네인데 사람의 진을 빼먹는단 말이오. 그동안 당신도 그 계집한테 진을 빼앗겨 왔는데 오늘밤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죽고 마오. 하지만 내가 시키는 대로하면 당신은 살수가 있소. 이 담뱃대에 담배를 꼭꼭 담아가지고 입으로 빤 후 입안의 고인 침을 절대로 뱉어서는 아니되오. 고인 입안의 침을 그 계집의 얼굴에 뱉으시오. 그래야만 당신은 살수 있소. 자아 이 담뱃대를 가져가시오."하고 노인은 한은석에게 담뱃대 한 개를 주었다.

 한은석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괴이한 일이었다. 우연히 그 여인을 만나 그녀의 호의로 이렇게 호강을 해오는 터에 그 착한 여인이 자기를 해치는 무서운 지네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밤중에 부엉바위에 나타난 노인도 범상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노인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은석은 곰곰이 생각하며 노인이 시킨 대로 담뱃대를 입에 물고 여인의 집으로 갔다. 한은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태연하게 대문을 흔들었다. 그러자 안에서 급히 달려나오는 여인의 소리가 들려왔다.

 '입 안의 침을 뱉아라. 그러면 네가 산다'

 한은석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다지도 어여쁘고 마음씨 고운 여인을 어찌 죽인단 말인가.

 "여보, 밤길에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여인은 대문을 열며 반색을 하였다.

 이때 당연히 한은석은 입안에 고인 침을 여인의 얼굴에 뱉어야만 하였다. 그러나 한은석은 차라리 자기가 죽더라도 노인이 시킨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한은석은 입안의 침을 땅에 '탁' 뱉어버렸다.

 "아이고, 서방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한은석이 침을 뱉자 여인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하였고, 몇 번이고 고맙다고 허리를 굽혔다.

 "실은 서방님이 아까 만났던 노인의 말대로 저는 지네입니다. 그리고 그 노인은 천년 묵은 지렁이입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을 질투해서 서방님을 시켜 저를 죽이려 했던 것인데 서방님이 저를 살려 주셨습니다. 그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여기 돈 만냥이 있사오니 거두어 주십시오."하고 여인은 많은 돈을 내 놓았다.

 한은석은 어리둥절하였다. 너무나 많은 돈을 보고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도 한은석은 여인과 단꿈을 꾸고 이튿날 집으로 돌아갔다. 또 다음날도 한은석은 여인의 집을 찾았더니 이게 웬일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어였하게 있던 집이 자취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한은석은 너무 허망하였다. 지네의 변신인 그 여인이 사람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진게 틀림없다고 생각하였다.

 그 후 한은석은 여인이 준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렸고 그의 자손들도 번성하였다고 한다. (자료제공 중구문화원)

 

한은석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다지도 어여쁘고 마음씨 고운 여인을

어찌 죽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