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건강가이드 / 고혈압과 성기능 장애

최 진 호 제일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현대 성인병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고혈압이 실제로 성생활에 장애를 주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고혈압의 합병증은 혈관손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고혈압 자체에 의한 합병증과 고혈압에 의해 이차적으로 동맥경화가 촉진돼 일어나는 합병증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는 악성고혈압, 심부전, 뇌출혈, 신장손상, 대동맥질환 등이 있으며 후자에는 관상동맥질환, 급사,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등이 있다. 발기부전환자의 45%에서 고혈압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으며 치료를 하지 않는 고혈압환자의 경우 10% 정도가 발기력의 감퇴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혈압이 발기 부전의 일차적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혈압이 좀 높더라도 당장의 성기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많다. 즉 고혈압으로 야기된 동맥경화증이나 심혈관계 질환 또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복용하는 혈압 강하제가 발기부전의 원인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혈압이 높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발기부전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고혈압에서 증가된 혈압 자체에 의한 발기부전이기보다는 동맥의 좁아진 부위가 원인이 돼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 이차적인 합병증과 동맥경화를 가속화하는 여러 위험 인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상호 연관돼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므로 이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흡연을 놓고 보더라도 고혈압 증세가 있는 흡연자는 금연을 한 경우에도 흡연을 아예 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발기부전이 될 확률이 11배 높았다는 보고가 있듯이 흡연은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게 성기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심한 만성 고혈압이나 관상동맥 질환, 심부전, 협심증 그리고 심근경색증을 앓고 있는 남성은 원치 않는 죽음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심장 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내재해 있는 남성들이 성행위로 심장에 부담을 줘 순식간에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협심증이나 심부전은 조직이 필요 하는 산소 요구량만큼 심장이 제대로 혈액 공급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성행위 시에는 성행위 자체에 의한 에너지 소모로 산소 요구량이 많아져서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한다. 그만큼 심장의 부담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장혈관 질환이 있을 때는 이와 같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이런 이유로 고혈압에 의해 심근경색증 발작을 경험한 남자들은 재발이나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 때문에 성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성생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다소나마 심인성 요인에 따른 발기부전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위와 같이 고혈압 때문에 심장기능이 손상된 허혈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남성은 평소에 규칙적인 혈압 조절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체중조절과 금연이 필수적이다. 물론 정확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병증이나 동반 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는 성행위에 제한을 받을 필요가 없다. (제일병원 ☎2000-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