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튼튼한 사회안전망 구축, 건보공단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도입이 해답

김영태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아 자랑할 만한 사회보장제도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갖추고 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의료보험 체계로, 모든 국민이 가입해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이러한 건강보험제도가 전국민에게 적용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년이다. 1977년 건강보험 도입 이후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보험 혜택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가히 놀라운 성과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회원국 평균의 3배인 18회로 1위인 것도 높은 의료혜택에 비해 의료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재정 유입은 감소할 예정인 반면,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불법개설 의료기관 일명 ‘사무장병원(면대약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무장이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불법 병원․약국을 개설해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수술을 감행하기도 하고, 오직 영리만을 추구하며 과잉진료나 허위청구 등으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불법개설기관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는 지난 2018년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사고이다. 동 병원은 환자 안전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병원설비 허위신고, 당직의료인 중 간호사 미배치 등 안전관리 소홀 및 건물 불법 증·개축에 의한 병원화재로 155명(사망 47명, 부상 112명)의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이 기관 또한 경찰수사 결과 불법으로 개설․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모 한방병원에서는 치료가망이 없는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산삼약침의 암치료 효능 등 허위 광고 및 폐업 직전까지 진료비 선결제(118명, 38억원) 후 잠적해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고 절망에 빠지게 했다.


2009년부터 이들이 가져간 부당이득 환수금액은 ’25.11월말 기준 2조 9천억 원이나 증거인멸, 재산은닉, 폐업 등으로 실제 징수액은 9%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사무장병원(약국)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지만 긴 수사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공단은 현재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조사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수사권이 없어 실질적인 증거 확보에 한계가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으나, 전문 수사인력 부족과 강력범죄 등 다른 사건들로 인해 수사가 밀려 평균 11개월, 심지어 최장 54개월까지 수사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은 사무장병원(약국) 특별사법경찰 (특사경)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특사경 법안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은 수사의 장기화 등 현실적으로 불법개설기관 근절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인식한 결과라고 본다. 이는 특정 기관의 권한 확대를 위한 방안이 아니라, 불법 의료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하자는 것이다.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단이 보유한 의료․법률분야 전문인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수사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할 수 있고, 연간 2천억 원 이상의 재정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

 

이렇게 지킨 재원은 간병비․필수의료 등 급여범위 확대와 전 국민 보험료 부담경감에 활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복지와 직결된 필수 사회안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일은 곧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일이며, 제도 유지를 위해 책임 있는 조치가 절실하다.


또한,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더 늦기 전에 국회가 공단에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식약처와 철도청, 근로복지공단 등도 이미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다.


이 법은 특정 조직을 위한 법이 아니다. 건강보험 제도의 신뢰를 지키고, 정상적인 의료 질서를 회복하며, 국민의 건강과 보험료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더 이상의 입법 지연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는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