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너무 많은 짐을 꾸리려 합니다. 마치 작은 기내용 캐리어에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통째로 구겨 넣으려는 사람처럼 말이죠. TV는 거실 벽을 꽉 채워야 하고, 냉장고는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도 발로 문을 열 수 있어야 하며, 세탁기와 건조기는 기본, 의류 관리기에 식기세척기까지. '다다익선'이라는 오랜 격언이 이토록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그렇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욕망의 장바구니를 들고 우리는 '현실'이라는 거대한 거울 앞에 섭니다. 저에게는 이번 광주 웨딩박람회가 바로 그 거울이었습니다.
결혼 준비의 시작은 검색입니다. '신혼 가전 필수 리스트'를 검색하면 블로그와 커뮤니티는 저마다의 '필수템'을 외칩니다. 로봇 청소기, 커피 머신, 에어 프라이어, 와인 셀러... '있으면 좋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어느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라는 불안감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리스트는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광주 웨딩박람회에 가기 전의 리스트입니다. 마치 수능 전날, 1년 치 요약 노트를 밤새워 보는 학생의 마음과도 같죠.
모든 것이 한곳에 모여 빛나는 곳. 그곳이 바로 광주 웨딩박람회 현장입니다. 반짝이는 최신 가전제품들, 친절한 미소로 무장한 전문가들, 그리고 수많은 예비부부. 이곳에선 환상이 현실이 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역설이 시작됩니다.
온라인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85인치 TV의 위압적인 크기를 실제로 보고, 우리 집 거실 평수를 떠올립니다. 꿈에 그리던 양문형 냉장고가 주방 동선을 완전히 막아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광주 웨딩박람회 현장의 공기는 다릅니다. '이게 정말 우리 집에 필요할까?'라는, 애써 외면했던 질문이 팝업창처럼 머릿속에 강제로 뜨기 시작합니다.
광주 웨딩박람회에서 만난 수많은 제품은 사실 '보여주기' 위한 삶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들 오면 좋잖아요", "그래도 신혼인데 이 정도는..." 같은 달콤한 말들 속에서 우리는 '실제로 사는' 우리의 모습을 잊곤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요리할까 말까 한 우리가 최고급 인덕션과 오븐을 꿈꾸고, 하루 한 잔 커피도 겨우 마시는 우리가 캡슐, 원두, 반자동 머신을 고민합니다. 그러다 문득, 한 광주웨딩박람회 전문가의 말이 뼈를 때립니다. "두 분 라이프스타일에는 이게 더 맞아요." 그 순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삶'이 아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갈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광주 웨딩박람회를 돌며 겪은 가장 큰 수확은 '할인'이 아니라 '질문'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이 물건이 필요한가? 이것이 없으면 정말 불편할까? 이것을 관리하는 데 드는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감당할 만한가?
이 질문들 앞에서 수많은 '있으면 좋은 것'들이 '없어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의류 관리기는 스타일러 기능이 있는 건조기로 대체되었고, 와인 셀러는 깔끔하게 리스트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화려했던 가전 리스트는 처절한 '다이어트'를 거쳐 꼭 필요한 '필수 근육'만 남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광주 웨딩박람회가 준 가장 큰 선물입니다.
광주 웨딩박람회 현장을 떠나며 손에 들린 것은 두꺼운 계약서 뭉치가 아니었습니다. 빨간 펜으로 가차 없이 줄이 그어진, 훨씬 가벼워진 가전 리스트였죠. 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든든했습니다.
우리의 신혼집을 채워야 하는 것은 반짝이는 물건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바라보는 세심한 시선과 합리적인 계획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광주 웨딩박람회의 진짜 순기능은 무언가를 '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게' 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우리'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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