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백화점 세일 코너의 마지막 남은 '특가' 상품을 향해 돌진하는 맹렬한 기세를 본 적 있으신가요? 혹은 SNS 이벤트의 '좋아요'와 '공유' 버튼을 빛의 속도로 누르며 경품을 기다리는 간절함은요? 어쩌면 주말에 열리는 부산웨딩박람회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예비부부의 손에는 너도나도 같은 미션 지도가 들려있고, 그들의 눈은 단 하나의 목표, '스탬프 투어 완성'을 향해 빛나고 있으니까요.
'스튜디오 상담 시 도장 1개', '드레스샵 방문 시 도장 1개', '혼수 상담 시 추가 도장!'... 부산웨딩박람회 스탬프 투어는 일종의 게임 퀘스트와 닮았습니다. 정해진 부스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미션을 클리어하듯 도장을 받아오면, 소형 가전이나 생활용품 같은 '특별 사은품'을 증정하죠. 결혼 준비라는 막막한 여정 속에서, 이 작고 확실한 '보상'은 꽤나 매력적인 유혹입니다. 텅 빈 미션 용지를 빽빽한 도장으로 채워나가는 성취감은 덤이고요.
문제는 이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우리가 이곳에 '진짜' 온 이유를 잊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가 '사은품 획득'이 되는 순간, '상담'은 그저 도장을 받기 위한 통과의례로 전락합니다. 10분 만에 스튜디오 앨범을 훑어보고, 드레스샵의 특징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다음 부스로 발걸음을 재촉하죠. 과연 이런 '스탬프 찍기용' 상담이 수백만 원이 오가는 내 결혼식의 파트너를 고르는 데 적합한 방식일까요? 많은 부산웨딩박람회가 이런 방식으로 예비부부를 유혹하지만, 그럴수록 본질은 흐려집니다.
"그래도 공짜로 선물 받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습니다. 그 사은품의 대가로 우리는 가장 소중한 '시간'과 '집중력'을 지불했습니다. 3만 원짜리 믹서기를 얻기 위해 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어쩌면 내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스튜디오, 내 예산에 합리적인 드레스샵을 만날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부산웨딩박람회에서 받은 그 텀블러가, 정말 두 시간의 가치를 할까요?
부산웨딩박람회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한자리에서 수많은 업체를 비교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입니다. 다만, 이 장점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바로 '우리 두 사람에게 맞는가'입니다. 스탬프가 아니라, 질문 리스트를 만드세요. '이 스튜디오의 사진 톤이 우리와 어울리는가?', '플래너가 내 요구사항을 귀담아듣는가?', '계약서의 추가금 조항은 투명한가?' 부산웨딩박람회에서 가장 빛나야 할 것은 사은품이 아니라, 이성적인 질문과 꼼꼼한 비교입니다.
부산웨딩박람회의 스탬프 투어는 즐거운 이벤트로 즐기되, 절대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사은품은 결혼 준비라는 긴 여정의 아주 작은 '에피타이저'일 뿐, '메인 디시'가 될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부산웨딩박람회에 가시나요? 혹은 또 다른 부산웨딩박람회를 계획 중이신가요? 부디 손에 든 미션 지도가 아닌, 곁에 있는 예비 배우자의 눈을 바라보며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을 찾아내는 현명한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결국, 그 화려한 박람회장의 주인공은 스탬프도, 사은품도 아닌, 바로 '우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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