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최적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장 빠른 길을 찾고, 가장 저렴한 가격을 비교하며,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짜는 데 익숙하죠. 이 거대한 ‘효율’의 흐름은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결혼 준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그 정점에는 수많은 정보와 혜택이 집약된 ‘웨딩박람회’가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가장 감성적인 단어가 '견적'과 '계약'이라는 가장 이성적인 단어와 만나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잠시 길을 잃곤 합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춘천 웨딩박람회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수많은 부스가 화려한 조명과 매력적인 사진으로 예비부부들을 맞이하죠. "박람회 특가!", "오늘 계약 시 혜택!"이라는 목소리들이 공기를 가득 메웁니다. 우리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하지만 그 분주함 속에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결혼식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잠시 뒤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춘천웨딩박람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곧 정답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렇게 몇 시간의 치열한 '상담 투어'가 끝나고, 춘천웨딩박람회의 소란스러운 현장을 빠져나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혹은 카페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정적이 흐릅니다. 손에는 두둑한 팜플렛과 가계약서가 들려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복잡 미묘해지죠. "우리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거 아닐까?", "아까 그 드레스, 정말 나한테 어울렸던가?"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소음이 걷히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의 표정을 살피고 미처 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결혼 준비는 '계약'의 연속이 아니라 '대화'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춘천웨딩박람회가 제공하는 방대한 정보와 편리함은 분명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의 고유한 취향과 목소리를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사실 화려한 홀보다 작은 야외 예식이 좋은데...", "예물에 힘을 빼고 신혼여행을 더 길게 가고 싶은데..." 어쩌면 춘천웨딩박람회에서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었던 서로의 '진짜 속마음' 말입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잠시 놓쳤던, 우리 둘만의 가장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많은 이들이 춘천웨딩박람회를 찾는 이유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혹은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할 것 같아서'일 겁니다. 마치 정해진 답안지를 찾아 헤매는 수험생처럼요. 하지만 결혼은 누군가 정해놓은 '모범 답안'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닙니다. 춘천웨딩박람회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는 우리 결혼식의 '지도'가 아니라,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재료'가 되어야 합니다. 그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것에 더 집중할지는 오롯이 두 사람의 몫입니다.
물론 춘천웨딩박람회는 최신 트렌드를 읽고 발품을 줄여주는 아주 훌륭한 '가이드북'입니다. 하지만 그 책의 마지막 챕터는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 써야 합니다. 현장의 소음이 잦아든 후, 비로소 들려오는 서로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우리는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춘천웨딩박람회에서 얻은 그 어떤 '특전'보다 더 값진, 우리 둘만의 완벽한 결혼식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 소란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가장 완벽한 플래너는, 결국 내 옆에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