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초 운동장 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책)는 지난 9월 30일 오전 11시 30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덕수초등학교 운동장 부지 내 행정안전부 소유 화훼시설을 2027년 신학기 전까지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비서실 경청통합수석(공공갈등조정비서관) 앞으로 ‘덕수초 국유지 내 화훼시설 조기 철거 및 범부처 조정 촉구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이날 촉구서를 통해 ▲2027년 2월 말까지 화훼시설 전면 철거 ▲2026년 10월까지 구체적인 철거 일정 및 이행계획 문서화·제시 ▲정부청사 화분의 외부 조달·민간 위탁·유휴 국유지 활용 등 대체 방안 마련 ▲대토와 철거를 병행할 수 있는 국유재산 관련 법령·절차의 범부처 검토 ▲학교·학부모 등 이해당사자의 향후 관계기관 협의 참여 보장 등 5개 사항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9월 22일 서울시교육청과 행정안전부는 덕수초 운동장 부지 환수를 위해 대토(부지 교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대상 부지와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토 완료 시점도 2028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비대위는 대토 추진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학생 안전과 교육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화훼시설 철거까지 대토 완료 시점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토는 부지 소유권과 관련된 문제인 반면, 시설 철거는 학생 안전과 교육환경에 관한 문제인 만큼 두 사안을 분리해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측, 안전·교육환경 문제 지속 제기
비대위에 따르면 학교 측이 제기한 주요 문제는 ▲수업 중단 ▲농약살포 ▲시설 관리 ▲운동장 상태 ▲재난 안전 등이다.
지난 4월 15일 체육 수업 중 행정안전부 작업 차량이 예고 없이 운동장에 진입하면서 수업이 중단되고 학생과 교사가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수업용 미니 골대가 이동·철거됐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이후 6월부터 차량 통행 시간 조정이 이뤄졌다.
농약 사용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 정보공개청구 결과, 최근 2년 내 아동에게 신경독성·발달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농약이 학교에 사전 고지 없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화훼시설 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시설 출입문이 잠기지 않아 초등학생의 접근이 가능한 상황이 반복됐으며, 지난 6월 5일 경찰이 출동한 이후 잠금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폐화분과 깨진 유리, 비닐 등 조경 폐기물이 장기간 방치됐다고 설명했다.
운동장 역시 대형 차량 통행으로 표면이 훼손되고 배수 문제와 자갈 노출, 비산먼지 등이 발생해 학생들이 눈 따가움과 피부 가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대형 조경 차량이 후진하거나 정차해 통행 안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재난 안전과 관련해서는 지난 8월 27일 서울시 긴급 합동점검 결과를 근거로, 진도 5 수준에서는 대피장소의 위험도가 낮지만 진도 7 이상 강진에서는 유리 파손 등 일부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며, 비닐하우스는 지진과 별개로 화재에 대한 일상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운동장은 정동·광화문 일대 약 2천500명이 이용하는 지진 옥외대피장소이기도 하다. 또 화훼시설은 주한 미국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에서 약 300m 거리에 있어, 비대위는 지진 발생 시 안전 문제와 농약 비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화분 공급 방식 전환하면 조기 철거 가능”
행정안전부는 화훼시설을 이전하기 위해 대체 부지 선정과 예산 확보 등에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이러한 판단이 기존의 화훼 재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서울청사 공용공간의 화분은 1~3개월 주기로 교체되는 만큼, 외부 조달이나 민간 위탁, 유휴 국유지 활용, 청사 실내조경 수요 조정 등을 통해 공급 방식을 바꾸면 화훼시설 조기 철거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유재산 용도폐지, 총괄청 인계, 변상금 발생 등 절차적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유재산법 제40조 제2항 등 현행 법령상 대토와 철거를 병행할 수 있는 예외나 특례가 있는지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갈등…“범부처 조정 필요”
덕수초 운동장 내 화훼시설은 2000년부터 운영돼 왔다. 덕수초는 화훼시설을 제외한 운동장 부지를 매년 무상사용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을 통해 등하교 및 체육시간 차량 운행 자제,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의 사항이 합의됐지만, 비대위는 이후에도 차량 진입과 농약 사용 문제 등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월 국무총리에게 전달한 서한과 관련한 국민신문고 민원이 국무조정실과 서울시교육청, 행정안전부 사이에서 7차례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개별 부처 차원을 넘어선 범부처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덕수초 학부모와 동문들은 지난 7월부터 3개월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월 23일에는 학생들도 ‘운동장을 돌려주세요’를 주제로 평화 그림 그리기 행사와 집회에 참여하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책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청사의 화분은 다른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받을 권리는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며 “2027년 3월 신학기 전에 아이들에게 온전한 운동장을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