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얼룩졌던 제5대 의회에 염증을 느낀 중구민들이 6·2지방선거에서 새롭게 구성된 제6대 중구의회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지만 역시나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제6대 중구의회는 지난 8일 제18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개회해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9일에는 의회운영, 행정보건, 복지건설 등 상임위원장 3명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제1차 본회의에서 의장선거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 1차 투표에서는 김수안 의원과 조영훈 의원이 각각 4표를 얻고 1표의 무효표가 나왔다.
이에 의원들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고, 이혜경 의원이 비공개 회의를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졌지만 2차 투표에서도 역시 1표의 무효표가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주당 5명, 한나라당 4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명의 의장 후보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 어떻게 4대4가 나왔으며, 그리고 무효표는 누가 던졌을까?
동료의원들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조 의원을 제외하고 4명, 한나라당도 4명, 하지만 조의원이 의장 후보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의원이 1명이 있다"며 "그 한 의원의 표에 따라 의장의 향방이 엇갈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L모 의원이 김수안 의원을 지지했고 민주당 S모 의원이 무효표를 던짐에 따라 4대4가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의장선거에서 무효표를 계속 던짐으로써 의장선출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경종을 울리면서도 결국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줘 화해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초 구상과는 달리 송희 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됨에 따라 다음날 열릴 예정이었던 상임위원장 선출을 다음회기로 미루고 이날 임시회는 폐회됐다. 하지만 이에 앞서 조 의원은 의사일정 수정안을 내고 오히려 당일인 8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제5대 구의원이었고 현재 시의원인 김연선 의원이 본회의 시작 전 중구의회에 등장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소집, 의장선거와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본회의가 예정보다 약 1시간가량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 뒤 의원들이 모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김 시의원이 송 부의장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면서 식당이 아수라장이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석했던 동료의원들이 말리고, 주민들이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촬영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김 시의원은 송 부의장과 함께 운영위원장실로 들어갔으며 함께 식사를 하던 허수덕 소재권 황용헌 의원 등이 이들을 쫒아왔지만 단 둘이 대화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문을 잠그고 밖으로 얘기가 새 나가지 않도록 비서가 문 앞을 지키기도 했다.
김 시의원은 중구의회에 왜 온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2시 개회식까지도 방청석에 앉아 회의를 지켜봐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허수덕 의원은 의회 직원들에게 "의원을 보호하는 직원이 왜 없느냐"면서 "다음에 이런 일을 또 있을까봐 두렵기까지 하다"고 황당해했다.
박형상 구청장의 구속으로 권한대행체제로 들어감으로써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된 제6대 중구의회가 첫 임시회부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 중구민의 우려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이며, 김수안 의장이 송희 부의장 및 의원들과 함께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