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업 유토피아 ⑦

중구자치신문 기자 jgnews@jgnews.co.kr 2003.07.29 18:31:07

솜씨 믿고 차린 음식점도 고전가능

솜씨로 입지조건 불리 극복 자신

경기침체 가격 내려도 효과없어

전문점 특색 갖춘 차별화 시도를

 

◆ 실패사례

 2000년 여름, 창업을 결심한 H씨(38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일식집 주방장으로 7년 넘게 일하면서 경험과 이론을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H씨가 선택한 창업 업종은 우동전문점이었다. 정통 일식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우동전문점이 자신의 그동안의 경험도 살리고 최근 음식점 가운데 비교적 소비자들에게 인기도 높은 업종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창업 준비에 들어가자 예상하지 못한 걸림돌이 등장했다. 넉넉하지 못한 창업자금 때문에 가게 마련이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점포는 보증금만 해도 창업 자금을 넘기기 십상이고 자금에 맞추어 점포를 구하면 입지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인이 마련할 수 있는 창업 자금은 2,000만 원 정도였고 은행 대출금액을 2,500만 원 정도로 잡아 총 창업자금은 4,500만 원으로 생각했다.

 

 H씨는 마음에 드는 점포를 구하지 못해 결국 구청 주변 이면도로에 가게를 구했다. 대로변은 아니지만 구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음식점 밀집지역이었다. 음식점 밀집지역에 위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음식 솜씨라면 어느 정도 입지조건의 불리함을 넉넉히 극복해 줄 것으로 믿었다.

 

 창업 후 1년이 지난 H씨는 어떤 상황일까. 재료값, 임대료 등의 지출을 감안한다면 하루 2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하루 매출 15만 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경기하락 때문이라고 생각해 음식값을 500원 내려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여름에는 메밀국수 등을 메뉴에 추가해 봤지만 매출이 오르는 기미가 없다. 여기다 창업 때 대출 받았던 2,500만 원은 1년 간의 거치 기간이 끝나고 원금상환이 시작되어 이래저래 갈수록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H씨는 결국 입지 여건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점포를 이전, 다시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 분석 및 조언

 실패요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음식 솜씨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확신이다. 현재 소자본 창업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이 바로 음식점이다. 전체 창업 업종 가운데 약 50%를 넘는다.

 

 따라서 성공하는 가게도 많지만 실패하는 가게도 가장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음식점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워낙 경쟁이 심화되어 수익성 맞추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실질 인구 증가에 비해 음식점의 증가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나 주위 몇몇 사람이 내린 음식 맛에 대한 평가만을 믿고 창업하기에는 너무나 경쟁이 심하다. 정말로 다른 점포와 차별화된 맛을 내고 있는지 심각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적어도 소비자가 전문점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도록 특색을 갖추어야 한다. 집에서 먹는 음식 맛을 내는 것으로도 한식집 계통의 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영세성을 면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입지 여건과 업종과의 조화 문제이다. 구청 주변이라면 일반적으로 한식 계통의 음식점이 잘 되기 마련이다. 관공서나 대형 인구 유입시설 등이 밀집한 지역에는 음식점이 밀집된 소위 먹자골목이 이면도로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면도로에 형성된 점포들에게 특별한 원인이 있지 않는 한 영업실적은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H씨가 창업한 우동전문점이 성공하려면 구청 주변 이면도로보다는 조금이라도 젊은층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큰길 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다. 단순히 구청 이면도로라면 30대 이상의 남성이 주요 고객이 된다. 우동전문점의 주요 고객인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소비층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 속한다. 만약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있게 된다면 젊은층을 겨냥한 우동전문점 보다는 정통 일식집의 부 메뉴로 다루거나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정확한 원가 계산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재료비), 임대료, 인건비, 반찬 등 부대비용까지를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고 일단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싸게 파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500원을 할인하여 판매한다면 과연 이 지역의 다른 음식점 가격은 어떠한지, 조금 비싸게 판매하더라도 그 만큼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가격 파괴를 하더라도 그만큼 추가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손해를 보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메뉴를 추가하는 문제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비수기의 매출을 보완하기 위해서 메뉴에 변화를 주거나 추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음식간의 궁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족발과 보쌈, 우동과 돈가스, 김밥과 라면 등과 함께 우동과 메밀도 잘 어울리는 메뉴이다. 다만 우동으로도 고객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메밀까지 추가하는 것은 재료비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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