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당2동 사무소를 방문, 배병국 동장과 황용헌 계장이 사회안전망 운영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9일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에 중구사회안전망사업과 관련, 신당2동 사례가 실려 관심을 끌고 있다. 본지는 국정홍보처 주요내용을 정리한다.
국정홍보처 브리핑에 신당2동 사례 게재
양극화해소 새모델 제시 복지지킴이 '톡톡'
서울 중구 신당2동 동사무소 황용헌 계장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 동 업무 챙기기에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형편이 어려운 관내의 두 가정 '지킴이'를 맡고 있기 때문. 첫 번째 가정은 부모와 아이 둘이 있는 4인 가족으로, 남편이 척추손상으로 쓰러지면서 아내의 아르바이트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두 번째 가정은 어머니와 대학 다니는 딸 하나뿐인 한 부모가정으로 생활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두 가정 모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들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이다.
황 계장은 두 가정을 한 달에 2∼3번씩 들르고, 시간이 부족할 때는 전화로 특별한 일이 없는지 확인한다. 살림형편은 조금 나아졌는지, 아이들 학교생활은 문제가 없는지 등 두 가정의 생활상을 점검하는 일이 중요한 업무다. 요즘에는 척추환자인 가장에게 자동차 운전 일을, 시장에서 잡일로 근근이 가계를 꾸려가고 있는 편모가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이다. 그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아보지만 여러 한계가 있어 쉽지 않다"며 "말벗이 돼 주고 이런저런 가정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신당2동 동사무소 16명 직원 모두가 황 계장과 같이 차상위계층 두 가정씩을 맡아 보살피는 복지 지킴이들이다. 신당2동뿐만이 아니라 서울 중구의 15개 동사무소 공무원 모두가 마찬가지다. 구청이 사회안전망사업의 일환으로 '1직원 1가정' 보살피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은 사회복지사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구청 생활복지과 소속 직원과 동사무소 직원은 2가정을, 나머지는 1가정을 맡고 있으며, 매월 생활상에 관한 보고서를 구청에 제출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사회안전망 사업을 구축해,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동사무소 하면 흔히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을 때나 등ㆍ초본ㆍ인감 등 제증명서가 필요할 때 찾는 민원기관을 떠올린다. 그러나 단순 민원기관에서 벗어나 사회안전망의 전진기지로 변화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서울 중구의 동사무소들이다.
동사무소의 일차적 기능은 물론 민원서비스다. 여기에 주민자치센터로 개편되면서 주민들의 여가활용을 위한 문화적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대부분의 동사무소가 지금까지 이런 1, 2차적 기능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에 비하면 중구의 동사무소는 보건과 복지혜택을 결합해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적인 역할과 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셈이다.
▲신당2동 겨울방학 저소득층 자녀들 위한 어린이 야간 공부방 열어
신당2동 동사무소는 지난 겨울방학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 야간 공부방을 열었다. 관내 동국대 학생 동아리의 도움을 받아 한자ㆍ수학 등 3과목 강좌를 만들었는데, 참여를 원하는 아이들을 다 못받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결국 개학 이후에도 월∼토요일까지 야간 공부방을 계속 열고 있다. 청소년 대상으로는 마술과 힙합댄스를 배우는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역시 인기가 좋아 지난 2월에는 관내 신당사회복지관에서 경연대회까지 열기도 했다. 배병국 동장은"돈으로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직접 찾아다니고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스킨십을 늘려갈 때 그들이 필요한 것을 도와 줄 수 있고, 이것이 동사무소가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사업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동사무소는 손발 구청은 두뇌 역할
올해 신당2동은 방문간호와 일자리 지원에 사회안전망 사업의 초점을 두고 있다. 방문 간호가구의 건강상태를 감안해 A,B,C,D등 4개 군으로 구분해 간호주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혼자 살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주 1회 이상, 보호자가 있는 중증 만성질환 가정은 월 1∼2회씩 돌아보는 식이다. 차상위계층에는 자활 및 공공근로, 복지도우미 등의 일자리를 주선하고, 저소득 가정 어른들에게는 노인지역봉사, 어른순찰대, 가로청소지킴이 등의 일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 접촉하고 있는 중구 동사무소의 변화는 중구청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동사무소가 현장을 누비는 손발이라면 구청은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두뇌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구청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사회안전망 사업을 지난 2004년 9월부터 추진해 왔다. 중구청의'1직원 1가정 보살피기'사업은 이미 널리 알려진 차상위계층 복지지원 프로그램이다. 국민기초수급 대상의 120%내의 소득을 가진 차상위 계층 가정 1천422세대를 구청 및 동사무소 직원이 일대일로 접촉하면서 생활상담, 자원봉사, 일자리 알선등 직접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빈곤계층 지원에 뜻이 있는 기업과 동네를 연결해 주는 1사1동 자매결연 운동, 방문간호사 한 사람이 한 동네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방문간호사 1인1동제'등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도 지난 2월21일 중구청과 동사무소를 방문, 그 성과를 확인했다.
▲양극화 해소 새로운 모델 제시
중구청 사회안전망 사업의 특징은 맞춤형 지원체계에 있다. 중구청은 지난해 10월에는 정부지원을 받지 못했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가구를 체계적 분류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완성했다. 이 자료가 중구청 사회안전망 사업의 바탕이자 맞춤형 지원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으로 복지혜택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을 먼저 파악하고, 보건과 복지기능을 결합해 필요한 시기에 지원한다.
정희창 사회복지팀장은 "쌀이 필요로 한데 옷을 갖다 주고, 간병이 필요한데 돈을 지원하는 방식은 합리적 복지라 할 수 없다"며 "적재, 적소, 적기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행정을 지향하는 것이 중구청의 사회안전망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화두이며, 정부도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해 '희망한국 21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구청의 자발적 복지행정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위에서 아래로 정부예산을 일방적으로 배급하는 식이 아니라, 필요한 수요에 필요한 복지를 공급하는 효과적인 체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접촉하고 현장 동사무소의 역할변화는 양극화 문제 해법의 작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촘촘한 그물망은 중앙정부에서 동사무소에 이르는 정부 조직의 복지전달 체계를 합리화 할 때 완성될 것이다.
이는 곧 정부혁신과도 직결된다. 머리의 생각이 손발 마디마디에 이르기 위해서는 심장의 펌프질도 강해져야 하지만 피가 골고루 돌 수 있도록 혈관부터 튼튼해져야 하는 원리와 같다. 시군구 읍면동 사무소의 복지문화센타로의 전환을 위한 시범적 사례 연구도 고려해 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