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뽀 / 규율 엄격한 산사 이색 겨울 풍경

최은영 kmj@jgnews.co.kr 2004.01.20 15:51:40

산사에 울려퍼진

 

 

본지는 7월16일 굿데이신문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상호 모든 컨텐츠를 공유키로 함에 따라 시사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 '현장르뽀'를 게재, 중구자치신문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쇼킹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신세대 스님들 휴대폰 해프닝

예비군복 입은 스님에 웃음도

 

 "여보~ 전화 받으세요~" "아빠~ 전화 좀 받아 주세요~"

 내부 규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스님들의 산속 생활상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다양한 휴대전화 벨 소리와 예비군 훈련 등에 관련된 뒷이야기들 때문이다.

 

 사찰에 휴대전화가 들어온 것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수년 전만 해도 속세와 인연을 끊어야 하는 스님들의 특성상 휴대전화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수도 정진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당수 스님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그러나 신세대 일부 스님들을 중심으로 40화음이 넘는 고성능 휴대전화가 산사에 선뵌 이후 각종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스님이 소지한 휴대전화에서 "여보~ 전화 받으세요~"라는 벨소리가 울렸다면 이는 분명 큰 사건(?)이다.

 

 당황하는 스님보다 더 당황하는 것은 옆의 신도들. 신도보다 더 당황하는 사람은 젊은 스님을 지도하는 노장 스님, 즉 은사 스님이다. 게다가 한 술 더떠 "아빠~ 전화받으세요~"라는 앙증맞은 꼬마 여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급기야 기절초풍이다.

 

 실제 산사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노 스님 앞에서 "여보~" 또는 "아빠~" 등의 벨소리 때문에 혼줄난 스님들이 여럿 있다는게 한 스님의 전언이다. 노 스님으로부터 "너 언제 생사리(자식)를 두었느냐" 는 농담반 질책반의 소리를 듣고 식은땀을 흘린 스님들은 지금도 벨 소리에 민감해 있다.

 

 아무리 신세대 스님들이라도 산속의 스님이 벨 소리의 다양성을 모두 익히기에는 역부족. 이런 벨 소리가 울리는 데는 휴대전화 기능 중 그룹 편집 기능을 잘못 조작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룹 편집 기능을 아예 없앤 스님들도 많다.

 

 고즈넉한 산사의 이색 풍경은 또 하나 있다.

 국민의 의무 사항인 각종 훈련은 속세를 떠난 스님들일지라도 비켜갈 수 없다. 스님들이 해야 하는 3대 훈련은 예비군 훈련, 민방위 훈련, 소방훈련 등이다.

 

 신도들은 평소 도도한 느낌의 스님을 보다가 갑자기 예비군 복을 입은 스님을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수십명이 한 부대를 이뤄 훈련을 받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똘똘한 사람도 개구리복(예비군복)만 입혀 놓으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것은 스님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삭발한 머리 위에 예비군 모자를 푹 눌러 쓰면 영낙없이 인민군 패잔병처럼 보여 보는이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때문에 스님들은 가장 입기 싫어하는 옷 중에 예비군복을 1순위로 꼽고 있다.

 

 휴대전화를 옆에 차고 빨래를 하거나 긴 장총을 어깨에 메고 운동장을 뛰는 스님들의 모습은 승과 속의 경계를 잠시 무너뜨리는 진풍경들이다. (굿데이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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