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창문너머로 높은 가을하늘을 보고 체조를 시작, 전화친절응대 연습 후 착석, 업무 준비를 끝내고 나서였다.
우리과 민원안내를 맡고계신 권덕행님과 함께 연로하지만 정정하신 한 할머니가 내 창구로 오시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는 지난 1967년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 삼광초등학교에 근무한 자신의 일생에 하나밖에 없는 절친한 친구를 찾고 계시다며 그 당시 을지로에 사셔서 자주 친구집에 놀러갔고, 친구 남편이 상공부에 근무했다면서 꼭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인터넷검색을 통해 삼광초교를 확인했으나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할머니는 자꾸 찾아달라고 하셨다.
그때 그 난감함이란...백사장에서 잃어버린 동전을 찾는 심정으로 찾는 분의 이름을 조회해보니 한 분이 화면에 떴다. 다행인 것은 그 분의 연세가 만80세이신 것과 혼인년도가 한국전쟁직후라 하셨는데 검색화면에 1954년이라고 나타났다.
몇 번의 노력 끝에 장남의 부인과 통화가 가능해 할머니의 친구분과도 통화가 연결됐다.
할머니께 수화기를 바꿔드리고 두 분께서 통화하시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이렇게 쉽게 찾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상황이라 미소만 짓고 있었다.
서울지리에 어두우신 할머니를 택시로 모셔다 드리는 길이 그렇게 기분이 좋고 보람되며 뿌듯할 수가 없었다. 저기 멀리서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쪽을 바라보시더니 뛰어와 얼싸안고 춤을 추시는 것이었다. 46년만의 만남이었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민원인에게 준 이상의 기쁨을 느꼈고 주는 것이 받는 것이라는 의미도 조금은 알 것 같다.
또 평소 민원인을 대함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라면 그것이 듣기 좋은 말보다 미소보다 더 깊은 감동을 민원인에게 남길 수 있지 않나 생각 해본다.